애호박지수
외식은 자주 안한다. 요리도 자주 안한다.
그럼 어떻게 먹고 사는가 하면
나는 맛에 관대한 편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아주 맛있는 요리를 할 수 없는 운명이다. 어지간하면 맛있으니까.
그러한 사실이 나는 전혀 아쉽지 않지만 한 공간에 살며 같이 밥을 먹어야하는 상대는 슬퍼질 수 있다.
따라서 더 좋은 맛을 아는 사람이 하게 되는데 그게 남편 최재원이다. 미각탐구를 좋아하는 반려덕에 맛에 둔감한 사람치고 맛있는 요리를 먹고 산다.
나는 요리, 조금 더 면밀히 말하면 맛을 내는 범위밖으로는 적극적이다. 밥(압력밥솥)과 마실물(보리차, 작두콩차등)을 만드는 것은 나의 영역이고
수속성의 사람으로 설거지를 좋아하고 반찬을 내놓고 수저를 두고 요리사가 불편하지 않게 이런저런 준비를 한다.
가끔씩 최재원에게 요리하는거보다 나는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사실 훨씬 더 바쁜거 같다는 묻지도 않는 말을 하고
주지도 않는 눈치를 보며 요리를 먹을 당당권을 가져간다.
최재원의 요리가 제발 끊기지 않도록 냉장고에 재료를 채워두는 것에도 적극적이다.
양파, 마늘, 고추, 애호박, 가지, 버섯, 콩나물, 두부, 당근과 같은 기본템은 늘 사두는데 퇴근길에 들르는 마트에서
요즘의 물가를 알아보는 나의 기준이 있다.
그것은 애호박지수.
애호박이 천원대일 때는 대체로 채소도 과일도 대체로 부담이 없는데 문제는 애호박이 삼천원을 넘어갈 때,
그 때는 과일은 유독 비싸고 몇몇 채소들도 설득력이 부족한 가격표를 안고있다.
요즘은 애호박지수 삼천원의 시즌이다.
소극적 장보기의 나날이지만 정교하게 장을 봐야하는 미션을 받은 것 같은 재미도 나름 있다.
조만간 다른 동네 애호박지수를 알아보러 원정장보기를 떠나봐야겠다.
열심히 움직여서 당당권을 유지해야하니까.